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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짐승만도 못한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사랑이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는 것일까

학교에서 생윤시간에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관계와 같다고 사람과 사람이든 사람과 사물이든 사람과 동물이든 서로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그 관계는 추억과 기억으로 이루어 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전혀 관심이 없고 접점이 없다면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드보이.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요즈음 밤을 너무 새우는 바람에 잠도 안 오고 애니도 금방 질려 올드보이를 보게 되었다.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을 참 좋아하고 인상깊게 보았다. 그리고 아마 이제 올드보이도 이 리스트에 들어갈 것 같다.

이 다음 글을 읽기 전에 올드보이를 보았느냐는 묻지 않겠다.

1시간까지는 그냥 최민식의 연기에 몰입하며 보았다. 그리고 그 후로는 유지태의 연기에 집중하게 된다. 오대수의 이야기에서 이우진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흥미진진해 지는 것이다. 어쩌면 금기의 사랑을 한다는 스토리가 나오면서 나는 더욱 관심있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남매간의 사랑이라. 어떨까. 종종 생각을 해 보긴 했다. 머릿속으로는 가능할지 모른다. 만화나 애니에서도 어렴풋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영화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자식이자 조카를 임신하게 된다면.

그래서 회상 장면을 보면서 아무리 어렸을 적의 대수가 소문을 내었다지만 애초에 서로 둘은 사랑하면 안 되는데 사랑한 거잖아 그리고 그 소문에 누나가 죽었다고 하더라도 안타깝지만 들키질 말던가 아니면 시작을 말던가 그 이유로 한 사람의 한평생을 망치려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다니 싸이코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미도가 오대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영화에서 오대수가 사진첩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어린 시절의 딸에서 미도의 얼굴이 보이게 되면서 설마 하고 마지막 장을 넘기는 데 미도의 사진이 붙어 있을 때 참 뭐랄까 공허하고 씁쓸한 그 기분.

그리고 절규하는 오대수. 절대 미도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온갗 추한 모습이란 모습은 다 보이고 개가 되겠다고까지 하는데. 나는 느꼈다. 역지사지라는 것을. 당시 오대수에게 미도는 딸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우진에게도 다를 바 없이 누나는 그저 사랑하는 한 사람이었던 것.

오대수와 미도의 관계에 한껏 집중하게 하고 그들의 사랑도 이우진과 이수아의 사랑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알리면서 이우진의 감정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그런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이유는 소문 때문에. 한 사람의 소문 때문에. 오대수가 얼마나 증오스러웠을까. 이우진의 누나가 다리에서 떨어지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제 그만 자기를 놓아달라고 그리고 기억해달라고 후회 없다고 사진기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던 누나를 그리고 그런 누나의 손을 끝까지 잡지 못한 자신의 손이 자기를 가르키고 스스로를 죽이기까지

https://youtu.be/CybajmsWfVI


여기서 나는 생각해본다 오대수는 대수의 친구 주환에게 둘이 그랬다는 이야기만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환이가 춘심이를 만나러 간다고 하고 춘심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왜곡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피씨방에서 대수가 주환에게 이수아가 어떤 아이냐고 물었을 때 이수아 걔 완전 걸레다 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주환이 소문을 그렇게 낸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만약 이렇게 되면 오대수가 소문의 완전한 책임은 아니게 되는 것 아닐까? 뭐 그래도 시작이긴 했으니. 뭐 믿거나 말거나 내 추측이다.



유지태의 계획은 치밀하고 잔혹하다.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마지막에 본인의 심장을 정지할 수 있는 리모컨을 누르면 오대수와 미도의 신음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것까지 놀랍도록 소름끼친다. 그의 게획 하나하나는 사람을 천천히 갉아먹는다. 복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는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그런 사랑이 남들에게 이해받지는 못해도 단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냥 이해가 안 되네 하고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그 이유로 비난하고 차별하고 욕하고 그런 건 참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사실 그들은 남들이 자신들을 이해해주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제일 괴롭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랑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뭐라고 기도했음 좋겠어요?"
"하나님, 다음엔 꼭 젊은 남자 만나게 해주세요."
"이우진이 우리 아저씨 앞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게 해주세요."

"사랑해요. 아저씨."



ps. 의문 5가지
1. 혀를 잘랐는데 살아있다니
2. 오대수 한방에 눕는 건달들, 그정도면 건달 치고 너무 약한 거 아님?
3. 사람이 저렇게 죽어나가고 갇혀있는 건물이 있다니 한국에서
가능한가
4. 아버지를 못알아보는 딸 최면 때문인가
5. 마지막에 오대수는 웃고있나 울고있나, 기억은 과연 지워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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